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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경제, 사회] 보험과 광고, 10억을 받았습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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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보험과 광고, 10억을 받았습니다.> |
“10억을 받았습니다.
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.
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었습니다.
이것 또한 약속이라 했습니다.
남편의 라이프플래너였던 이 사람 이제 우리가족의 라이프플래너입니다.”
한동안 TV로 방영되었던 모 생보사의 광고 카피이다.
이 광고는 강원도의 한 소아과의사가 첫 보험료를 납입한 후 18시간만에 심근경색으로 숨져 |
최단시간, 최고보험금을 지불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.
회사 측 설명에 의하면 ‘약속’에 대한 회사의 마음을 담은 광고이며 영화와 같은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회사의 느낌과 정서를 잘 담아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광고라고 평가한다. 그런데 회사 측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반응은 대부분은 어색하다는 것이다.
상당수의 남성들은, 남편이 죽었는데 미모의 아내가 보험금을 받은 후 유유히 세차를 하며 고급 전원주택에서 미남 라이프플래너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였다.
남성들 뿐 아니라 여성들도 ‘남편 죽으면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식이어서 당황했다’는 반응도 있었다.
또 일부 네티즌들은 섬뜩·오싹·소름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. 다음은 이 광고를 풍자한 패러디 광고 중 하나이다.
“10억을 받았습니다.
남편 죽고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준 이 사람, 새아빠다 인사드려라.”
가장에게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가 생길 경우 남아 있는 가족들한테는 얼마나 큰 힘이 될까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이 멋진 광고가 이토록 왜곡과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?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험과 관련된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.
위험(risk)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로 내려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‘손해발생 가능성’을 의미한다.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그것이 곧 사고(peril;손해의 원인)이다. 그리고 그 사고의 결과로서 손해나 경제적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.
일반적으로 어떤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, 예컨대 휴대전화를 구입하고자 하는 구매자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서 기쁜 마음으로 구입을 하게 되고 또 구입한 후 즉시 그 가치와 효용을 누리게 된다.
하지만 보험상품은 위험이 장차 현실화되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구입하기 때문에 구매자(가입자)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. 또 보험금을 받게 되는 상황을 간절히 바라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런 상황이 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것이다.
따라서 상품광고에 있어서도 위험이 현실화된 사고 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내서는 안 된다. 장래의 위험에 대한 가능성을 슬며시 암시만 하고 그 위험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생각만 갖게 해줘야 한다.
이 광고가 되레 역효과를 내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. 보험이 사고 후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아무리 큰 힘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 자체가 모두들 떠올리고 싶지 않은, 위험이 현실이 되어 버린 상황(사고)이라는 점이다.
그럼 이번엔 시청자나 네티즌들의 반응이 꽤 좋았던 광고 하나를 살펴보자.
“어떤 꽃은 고마움을 위해 피고
어떤 꽃은 행복을 위해 피고
어떤 꽃은 축하를 위해 핀다면
보험의 꽃은 당신의 가족이 힘들 때 피어납니다.
보험의 꽃, ○○생명“
이 광고는 앞의 다른 광고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?
‘위험-사고-손해’의 단계 중 사고발생 전 단계까지만 보여줬다는 점이다. 또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미화함으로써 보험사고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느낌조차 흐뭇한 감정으로 전환시켰다.
게다가 그러면서도 ‘보험의 꽃은 당신의 가족이 힘들 때 피어납니다’라는 카피를 통해 넌지시 위험에 대한 암시를 함으로써 뭔가 장래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.
이 광고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보험광고의 효과를 충분히 살리고 또 좋은 기업이미지까지 남겨주는 훌륭한 광고가 아닌가 생각된다.
보험광고 제작시에는 보험학에 있어서 ‘위험-사고-손해’의 단계로 이어지는 기본적인 개념을 꼭 고려해 보아야 하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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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코노경제연구소 소장
(보험연수원 객원교수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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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출처: 한국보험신문 2009. 6. 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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