문화체육관광부에서 회의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.
50대 중반의 운전사는 내가 관공서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는 이유로,
자리에 안자마자 우리의 현실을 마구잡이로 개탄했다.
여야 구분이 없었다.
모두 다 '죽일 놈'이었다.
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.
내게 쉴 새 없이 동의를 구하는 그에게 서서히 짜증나기 시작할 때쯤,
고급승용차 한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었다.
바로 그 순간부터 택시운전사와 나는 하나가 되었다.
'우리'는 한국의 교통질서에 대해 침을 튀겨 가며 격분했다.
대낮에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'아줌마'나 외제차를 모는 '젊은 것'을 욕할 때는 주먹으로 차유리를 두드리기까지 했다.
그런데 아뿔사! 이 개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우리의 택시운전사는 용감하게 버스전용차로로 들어가면서 앞 차를 추월하는게 아닌가.
그러나 '우리'의 차로위반은 시급한 사회경제적 현안에 비교하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.
게다가 나는 빨리 학교에 도착해 한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강의해야 했다. |